우리의 눈을 닫고, 귀를 막는 “불량”의학, “불량”정보
- 이승연
- 2015년 1월 5일
- 2분 분량
이승연
과제 발표를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자습실을 나서 도서실로 향했다. 독후감 숙제 때문이겠지만 바쁘게 지나갔던 일주일 사이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었던 마음도 강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읽는 책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둘러보던 도중, 빨간색으로 쓰인 강렬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불.량.의.학”.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더 질 높은 삶을 보장해 준 의학을 불량이라고 부르다니! 놀라움과 함께 나는 작가가 왜 인류에게 고맙기만 한 의학을 불량이라 부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책을 집어 들고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책은 과학과 의학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잘못된 정보들에 관한 재미있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내가 평소에 의심 없이 믿고 있었던 건강에 대한 잘못된 지식들이 책을 읽어나갈 때마다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했다. 예전에는 주위로부터 다양한 건강정보들을 듣게 되면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던 나인데, 책을 읽다 보니 추운 날씨 때문에 감기에 쉽게 걸린다는 우리의 편견부터 시작해서 아로마 테라피 치료법, 약초를 이용하는 대체 의학, 이열치열처럼 질병은 질병으로 다스린다는 동종요법 등 시대를 거쳐 오면서 인류가 발전시켜왔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건강을 지키는 매력적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다양한 의학 지식들에 대해 어느 샌가 모르게 나도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 정보들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다양한 내용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불량” 정보는 바로 상어 연골의 항암효과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우리 집 식탁 위에 올려진 상어 연골 칼슘제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알약 형태로 판매되는 상어 연골은 암 치료의 대안요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영양보충제로 많이 판매되고 있고, 우리 부모님도 하루에 한 알씩 항상 챙겨 드시는 것 같았다. 상어는 뼈가 없고 뼈대에 가까운 연골만 지니고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상어의 몸에 많이 있는 연골은 조류와 포유류의 뼈가 맞닿는 부분, 즉 관절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부드러운 조직으로, 일정량 암의 성장을 저해하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 건강에 정말 효과가 있는지 확인도 해보지 않은 채, 상어 연골을 얻기 위해 상어를 포획했고, 수많은 상어의 종이 멸종되었거나 그럴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연골을 정제하여 먹는 것이 암으로 손상된 조직에까지 이르러 마술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상어가 연골 조직 암에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고 한다. 상어 연골에 암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항암 물질이 들어 있었다면, 상어가 연골 조직 암에 걸릴 일을 없을 것이다. 인간의 잘못된 정보 떄문에, 건강에 대한 과도한 욕심 때문에 죽어가야만 했던 상어들을 생각하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가장 부끄러웠던 것은 이렇게 잘못된, “불량”인 정보임이 밝혀졌지만 우리 가족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상어 연골에서 항암효과를 기대하면서 상어 연골 영양 보충제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사람들은 ‘안 먹는 것보다야 먹는 게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나 두 알씩 별 생각 없이 먹고 있겠지만, 별 의미 없이 먹고 있는 그 알약 속에는 상어의 비참한 희생이 담겨 있을 것이다.
상어와 관련된 슬픈 “불량”의학 이외에도 우리의 잘못된 편견이, 과도한 욕심이 만들어낸 “불량” 정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 같다. 이러한 잘못된 우리들의 생각은 다른 지구상의 생물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항상 우리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우리만을 생각하고, 기존의 사고 방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이러한 “불량”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