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종말
- 우성민
- 2013년 10월 27일
- 2분 분량
우성민
오늘날 ‘육식’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개념이다. 어디를 가나 햄버거를 파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삼겹살집이 있고,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만 가면 마트에서 신선한 고기를 살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라도 고기를 안 먹으면 어색함을 느낄 정도로 육식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 육식이라는 행위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또 인류의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켰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책을 읽어보면, 당장 고기를 끊고 채식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육식의 굴레가 인류 전체에 해가 되고 있음은 자명해보인다.
쇠고기가 인류와 지구의 환경에 끼치고 있는 영향은 막대하다. 토양 소실, 수질 오염,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토지가 목축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쇠고기는 가공 및 소비 과정에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미국 산업화의 시초가 되었던 쇠고기 가공 사업은 많은 나라가 그랬듯이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기계적인 생산 공정을 단행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인간의 기계화’를 초래했으며, 현대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육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성인병으로 죽어가고 있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러한 가축들이 차지하는 막대한 양의 토지 때문에 하루에 수천 명의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이렇듯 소를 중심으로 한 가축들이 오늘날의 세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막대하지만, 가장 심각하고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것은 바로 육식이 야기하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다.
육식에 의해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는 사람들의 의식도 기계적으로 만들었다. 가축이라는 하나의 생명을 죽이고 형체도 없어질 때까지 으깨면서도 일체의 죄책감도 없이 기계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행위는 노동자들에게서 공감 능력을 빼앗아갔으며, 한없는 이기심만을 키웠다. 오늘날 세계에서 1년동안 생산되는 곡물의 1/3이 가축을 사육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하루에 수천 명이 굶어죽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것을 통해 나는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일들이 사실은 우리의 존재 자체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과거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은 인터넷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때도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행위가 우리의 뇌 구조뿐만 아니라 의식까지 변화시킨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었다. 나는 심리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단순해 보이는 것도 사실은 우리의 의식에 깊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순간순간에는 알지 못했던 작은 것들이 모여 인생의 흐름을 바꾸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니까 말이다. 새삼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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