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ng
하무리
조지 프리드먼의 [넥스트 디케이드 (NEXT DECADE)]
Soojung Lee (이수정) - 넥스트 디케이드 (조지 프리드먼 지음, 김홍래 옮김, 쌤앤파커스, 2011)를 읽고

저자인 조지 프리드먼은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노련한 국제정세 분석가이자 미래 예측가. 정치, 경제, 외교 분야의 세계적인 싱크 탱크 스트랫포(STRATFOR)의 CEO이자 설립자다. 그가 쓴 국가 안보, 정보 전쟁, 컴퓨터 보안, 그리고 지식경영에 대한 수많은 브리핑과 칼럼은 전 세계 언론과 정부기관에서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할 정보로 분류된다. 또한 그의 정세 예측 보고서는 미 국방부의 조간 브리핑에도 올라갈 뿐만 아니라 전 세계 220만 명이 돈을 주고 구독하고 있다. 정치, 경제, 안보 분야에서 독자적이고 은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미국 언론은 그를 ‘그림자(shadow) CIA’라고 부르며, 정세분석 적중률이 매년 80퍼센트에 달해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란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가 쓴 [100년 후(2010)]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가 운영하는 스트렛포는 약 500명의 직원이 정보수집, 분석, 배포 등 기능적으로 나눠서 맡고 있다. 그는 정보 예측이 정확한 이유를 “사람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듣지 않고, 그들이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 위에 있는 힘을 보려고 한다.”고 설명한다. 1949년 헝가리에서 출생했다.
우리 하무리는 작년에 프리드먼의 저서 [100년 후]를 읽었다. 좀 황당한 듯하면서도 세상을 보는 통찰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으며, 작년 하무리 책에 유동운 회원께서 앨빈 토플러와 진화론 등을 연계시켜 좋은 해석과 상당부분 비판적인 시각으로 많은 공부가 되게 하여주었다.
지금 세상을 호령하고 있는 중국,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인도는 더 이상 강대국이 될 수 없고, 잃어버린 20면으로 최악의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이 제기하여 제2의 대국이 되고, 과거의 오스만투르크 제국이었던 터키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미국은 제국의 영광을 계속 유지하여 급기야 미국과 일본이 우주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지금 우리의 시각에서는 다소 황당한 예언서를 낸 데 대한 부담을 느껴서일까, 아니면 유동훈 교수님 같은 분들의 비판적 시각에 답을 하기 위하여서였을까, 그 예언의 폭을 1/10로 줄여서 금년에 [10년 후 (Next Decade)]를 출간하였다. 유동훈 교수님의 글에도 있듯이 100년 후라면 저자나 우리나 사라지고 난 뒤니까 증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10년 후라면 그나 우리나 동년배로서 살아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은데, 그 적중률에 상당히 부담을 가지고 썼을 법하다. 그런 것들 전제하고 책의 내용을 한번 훑어보기로 하자.
책 줄거리
본론 : 미국은 제국이다
미국이 가진 힘의 핵심은 주로 경제적인 부분에 있지만 무소불위의 군사력이 그 뒤를 떠받치고 있다. 로마제국의 군단이 그랬던 것처럼, 미군 역시 세계 전역에 배치되어 있다. 군사력을 활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새로 부상하는 국가가 조금이라도 위협이 되기 전에 미리 분쇄하는 것이다. 미국은 스스로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유례없는 힘과 영향력을 가진 거대 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이 현실을 인정한 뒤에야 비로소 전략적 이해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에 따라야 한다.
1) 가능한 한 세계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각 지역에서의 위협의 방향이 미국을 향하지 않게 해야 한다.
2) 다른 국가들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지역에서의 대치와 분쟁에 따르는 미국의 책임 중 상당부분을 동맹국이 부담하게 만든다. 대신 동맹국에게 경제적 혜택과 군사기술을 제공하며, 필요할 경우 군사적 개입도 약속하는 등 다양한 방책을 사용한다.
3) 힘의 균형이 붕괴되고 동맹국들이 더 이상 문제에 대처할 수 없을 때, 군사적 개입을 최후 수단으로 사용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알아야한다. “우리에게는 항구적인 동맹도 영구적인 적도 없다. 항구적인 것이며 영구적인 것은 우리의 이익뿐이다.”
금융위기, 그리고 다시 일어나는 미국
활황과 붕괴의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가 성장하면 스스로 소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한다. 일단 여유자금이 주택과 주식, 채권 같은 자산에 몰려들면 가격은 상승하고 금리는 떨어진다. 결국 가격은 불합리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고 곧이어 폭락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돈이 귀해지고 비효율적인 기업들은 부도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효율적인 기업은 살아남고 순환주기가 다시 시작된다.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과정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가 세계에 미친 영향은 기업과 국가의 경계선을 재설정했다는데 있다. 이를 통해 국가와 정치가 힘이 커진 반면, 시장의 자율성과 금융엘리트들의 힘은 감소했다. 2008년의 위기가 다음 10년에 미칠 가장 의미심장한 영향은 경제적인 부분이 아니라 지정학적이고 정치적인 부문에 있다. 이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사람들은 자국의 국가주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국의 금융과 통화체계를 통제하지 못하는 나라는 다른 나라의 행동에 취약성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유럽연합이란 것이 지금까지의 기대와 달리 더 이상 유익하게 보이지 않는다. 다음 10년간의 추세는 경제주권에서 이탈해 경제국가주의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지배력을 유지하게 된다. 역설적인 것은 미국의 금융엘리트들이 잘못 예측한 결과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미국의 실수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지배적 위치를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실패한 전략, 무너진 힘의 균형
9.11 테러의 충격에서 미국인들은 진주만 공습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자기 자신 혹은 사랑하는 이가 다음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다. 이런 불안감 속에서 정부는 반드시 이에 대처해야 하며 최소한 결정적 행동을 취하는 흉내라도 내야만 했다. 미국 대통령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본토를 보호하는 즉각적인 조치와 행동으로 미국인의 머리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안심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FBI는 일제건거에 들어가 알카에다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혐의자까지 모두 생포했으며 공항보안도 강화했다. 하지만 어떤 노력도 당시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인들의 요구는 알카에다 지도자들의 체포 혹은 사살이었으며 전략적 측면에서 이것은 효과가 의문시되는 우선 순위였지만 대통령은 국민들의 안도감은 물론 복수에 대한 욕망도 충족시켜야 했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는 미 공군의 지원 하에 내전이 전개된 것이었다. 전투는 거의 전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인에 의해 수행되었으며 항공모함과 페르시아 만, 인도양의 기지에서 출격한 미군 폭격대들의 지원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사실상 탈레반이 패배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세 가지 목적을 달성했다. 첫째, 미국은 세계 어디서든 군사 활동을 전개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국민을 보호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인들에게 재확인 시켰다. 둘째, 미국은 전력을 다해 테러와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슬람 세계에 알렸다. 셋째, 알카에다는 큰 피해를 입었다. 빈 라덴은 죽고 그들의 지휘체계는 붕괴됐으며, 결국 그들은 고립되어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두 번째 시도한 모험은 2003년 이라크 침공이며 이는 완벽한 실수였다. 이라크가 개발하고 있었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것과 이라크에 민주적인 정권을 세워야 한다는 침공의 명분 뒤에, 알카에다와의 전쟁이 비협조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에 대한 압박, 석유장악을 위한 패권의 확보 등 단기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어떤 지역에서도 항구적인 개입자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미국의 목적은 평화를 회복시키고 외부로 힘을 과시하기 위한 기지로서만 이라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그다드를 점령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폭동 사태에 발목을 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고, 이제는 적절한 시기에 미군 병력을 철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었다.
족쇄가 된 테러와의 전쟁
테러리즘에 집착하면서 부시는 이길 수 없는 전투, 테러리즘과 명확한 연관성도 없는 전쟁지역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그는 전망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전략적 이해가 얽힌 다른 부분들도 관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예를 들어 그는 이슬람세계에 너무 깊이 집착하는 바람에 러시아의 재등장을 다루는데 필요한 관심이나 자원을 투입하지 못했다.
테러를 일으키는 특수부대의 목표는 적군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무력감을 심어주고 적의 사기를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때로는 테러의 관객이 표적국가가 아니라, 그 외 세상의 여론인 경우도 있다. 9.11 테러가 바로 그 경우에 해당한다.
9.11 테러 이후 수많은 조치가 취해졌지만 완벽한 방지책은 없다. 확실하게 테러리스트를 적발하거나 완벽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효율적인 항공보안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능가하지만 그 정도가 크면 클수록 비용도 증가한다.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수정구슬 보듯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그에 근거해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한계를 절대 대중들에게 시인해서는 안 된다. 그는 적을 분쇄하고 국토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이슬람 테러리즘을 근절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비록 테러리즘이 미국인을 죽이고 뿌리 깊은 불안감을 조성할 수가 있지만 테러리즘을 근절시키는 열망에만 집착하는 것은 미국을 전략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이미 약화된 상태다.) 이것은 다음 10년 동안 미국의 리더들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테러리스터에 의해 수천 명의 미국인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지만 테러리즘을 다른 모든 문제보다 우월한 지위로 격상시켜서는 안 된다. 모든 전략은 위협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중동과 이란 : 누가 패권을 장악할 것인가
이란-이라크의 세력균형은 2003년 미국의 침공에 의해 이라크 정부와 군대가 파괴되기 전까지 유지됐다. 이라크침공 이후 이란을 견제하는 역할은 미국이 수행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철수 후 페르시아 만에는 이란이 주도적 세력으로 남게 된다. 이라크가 비틀거리는 상황에서, 아리비아 반도의 국가들은 아무리 서로 공조하더라도 이란에 저항할 수 없다. 이들은 자국의 핵무기가 파괴되더라도 여전히 페르시아 만의 지배적인 세력이 된다. 핵 시설이 공습당할 경우, 이란의 궁극적인 대응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수출량의 48퍼센트가 통과하는 곳이다. 이란은 대함용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위협적인 무기는 기뢰다. 만약 기뢰를 부설하고 미국이 이를 확실하게 제거 못한다면 원유수출이 중단되며, 그로 인해 d가는 급등하고 세계 경제는 마비된다.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해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공격을 감행한다면 자멸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이란을 오히려 더 위험하게 만든다. 부수적인 피해 없이 핵 시설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육해공군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인데 불가능에 가깝다.
다음 10년 간 이란을 상해하는 바람직한 대안은, 지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 대통령은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란과 타협하고 수용하는 방안을 추구해야 한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병력을 감축시키는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흐름을 유지시켜야만 한다
유럽 : 그들이 직면하게 될 딜레마
1993년 출범 이래 2008년까지 유럽연합은 전례 없는 번영의 시기를 누렸다. 그리고 그러한 번영은 완전치 못한 여러 문제들을 한동안 덮어 주었다. 그러나 2008년의 금융위기와 함께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모두 떠올랐으며, 감추고 싶었던 국가주도의 필요성(유럽연합에 대한 회의론)을 다시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그리스에 대한 원조를 반대했다. 그리고 대다수의 그리스인들도 독일인이 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유럽의 조건을 따르느니 파산하는 쪽을 택했다. 금융위기가 완화되면서 긴장상태도 가라앉았지만 2010년 우리는 잔잔한 유럽의 표면 아래에서 들끓는 힘들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유럽연합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다음 10년 동안에도 분명히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통제력이 다음 10년 동안 유지될 지는 확실치 않다. 이런 통제력은 유럽 약소국들을 상당히 불리하게 만들었다. 약소국들은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해서 수출품을 싸게 만들고 수입품을 비싸게 만들어 경제를 향상시키는 것이 훨씬 더 간단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리스는 자국 통화가 따로 없기 때문에 이런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장 앞으로 수년 동안 심각한 경제적 제약들이 지속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여러 국가들에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경제적 압력은 분명히 국가들 사이를 벌려놓을 것이며, 단일통화가 갖는 이득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다음 10년 동안 유럽연합이 살아남는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일부 회원국들이 탈퇴할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아시아 : 한, 중, 일, 인도
중국
1980년대 중국이 획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모택동이 그 이전까지 성장을 지나치게 억제했기 때문이다. 등소평이 권력을 잡자, 단순한 이데올로기의 변화만으로도 중국은 해방되어 국민의 능력을 기반으로 비상한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한 국가의 인구에 해당하는 6,000만 명의 중국인들이 중산층(연 소득 2만 달러 이상) 가정에 산다고 한다. 중국 전체의 인구가 13억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전체의 5퍼센트도 되지 않으며 이들 대부분은 해안지역이나 수도 베이징에 거주한다. 반면 전체 인구 중 6억 명은 연 소득 1,000달러 미만 또는 가족당 일일 소득 3달러 미만인 가정에 살고 있으며, 4억 4천만 명의 중국인들은 연 소득 1,000~2,000달러 또는 일일 소득 3~6달러인 가정에 살고 있다. 이것은 중국인구의 80퍼센트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비슷한 수준의 빈곤 속에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인구의 15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업 종사자들이 거주하는 지역(해안에서 160 킬로미터 이내)도 빈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한정된 부는 사회적 격차뿐만 아니라 지리적 격차도 초래한다. 항구 주변 지역은 무역이익을 얻는 반면, 나머지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해안지역의 이해관계는 중앙정부보다도 외국의 무역파트너들과 더 많이 결부돼 있다.
19세기 중국은 해안지역과 내륙의 경계선을 따라 분열되었다. 이런 현상은 미래에 똑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중앙정부는 가난한 대다수와 부유한 소수간의 균형을 잡으려고 하지만, 해안지역의 상류층은 중앙정부에 반발을 한다. 부를 이동시키려는 노력은 중앙정부를 약화시키거나 독재적으로 변하게 만든다. 1940~1950년대 모택동의 해결책은 광범위한 억제, 외국인 추방, 그리고 빈곤한 국민들을 위한 부의 몰수 및 재분배였다.
성장과 번영의 시대에는 이런 문제는 정부에 의해 관리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악화되고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비참한 빈곤 속에 살고 있는 10억 이상의 중국인들에게는 생활수준이 조금만 위축되어도 타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중국이 가까운 장래에 맞닥뜨릴 문제가 바로 이 것이다.
중국은 현실적으로 실업을 유지할 만한 사회적 여력이 전혀 없다. 극빈곤층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이동한 상당수의 농민들이 실업자가 되면 도시에 그대로 남아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고향으로 돌아가 농촌의 빈곤을 악화시키고 중앙 정부에 저항을 하게 된다.
다음 10년 동안 중국은 국내의 안정성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중국인민해방군의 규모는 엄청나다. 결과적으로 중국을 유지시키는 것은 인민해방군이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사회의 가장 가난한 계층으로 이루어진 해방군이 자체적으로 유지되어 끝까지 충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계층 간의 원망을 가라앉히기 위해 중국은 해안지역에 거주하는 6,000만 명에게 세금을 부과하여 해방군과 농민들에게 그 돈을 분배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세금을 내는 이들은 저항할 것이고, 거둬들인 수입은 정부가 의도한 대상자들에게도 충분치 않겠지만, 군대의 충성을 유지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 10년에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중국은 과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택동이 했던 것처럼 나라를 폐쇄시키고 해안지역의 사업가들을 없애며 외국인들을 추방할 것인가? 아니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중반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역주의와 불안정의 패턴을 따를 것인가?
일본
일본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꺼려하는 것은 노동자와 기업의 평생동안 함께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계약에 기초한다. 서양의 경제학자들은 일본 경제가 정체되었던 20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의 목표에 대한 오해이며 일본의 가치에 서양의 관점을 적용한 것이다. 평생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성장을 희생시키는 것은 일본이라는 고도로 응집된 사회에서는 10년, 20년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핵심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일본의 출생률은 인구유지에 필요한 여성 1인당 자녀 2.1명 이하로 하락했다. 각 세대의 인구가 그 이전 세대보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 경제는 더 이상 은퇴자들을 지원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부채와 인구는 일본에 엄청난 위기를 초래했다.
다음 10년 동안 일본은 부채(공적이든 사적이든)를 터무니없이 쌓아가며 평생고용을 유지할 수 없다. 중국처럼 일본도 경제 모델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일본에세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있다. 바로 빈곤 속에 살고 있는 10억 인구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과 달리 일본은 필요하다면 사회적 불안정이 수반되지 않는 긴축정책을 견뎌낼 수 있다. 일본은 다시 살아나 대국이 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고, 세계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한국
한국은 이미 중국-일본 균형에 눈엣가시 같은 국가이며 특히 일본에게 거슬리는 존재다. 역사적인 이유로 한국은 일본을 멸시하며 중국을 불신한다. 그렇다고 미국과 특별히 편안한 관계도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라도 미국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의 힘이 팽창하고 중국이 약해질 때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을 필요로 할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이롭ㄴ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한국에 의존할 것이다.
한국은 상당한 규모의 기술 중심지가 되었다. 중국은 특히 이 기술을 갈망한다. 미국이 기술이전 속도에 대해 부분적인 통제권을 보유하게 된다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언젠가 남북한 통일과 관련된 재정적 측면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통일한국은 미국과 특별한 무역관계를 원할 것이다. 미국은 그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다음 10년 동안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에 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협력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 많은 허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불구의 상태이며, 핵무기 개발로 인해 다른 나라의 압력을 빗나가게 함으로써 북한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북한이 영구적인 안정을 찾을 수는 없다. 반면 남한은 역동적인 국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북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유지될 것이다.
인도
인도는 “민주주의 중국”이라 불린다. 인도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는 중앙정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각 주들이 나름의 규정을 가지고 있어서 이들 중 일부가 경제개발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 주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빈틈없이 지키려 하며 지도층 역시 자신들의 특권을 보호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러한 지역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서로 결합돼 있으나 궁극적인 권력기관은 육군이다. 인도는 세 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규모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첫째, 파키스탄을 견제하고 둘째, 중국의 침입으로부터 북쪽 국경을 지킨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기능은 중국군대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내부 안보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인종집단과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는 지역들을 갖고 있는 인도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인도는 경제개발에서 중국에 뒤쳐져 있기 때문에 중국이 겪는 문제를 아직은 겪고 있지 않다. 그러나 먼 훗날 같은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다음 10년 동안 인도는 경제적으로 급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력 그 자체는 국방력으로 전환되지 않으며 인도양을 지배할 만한 힘으로도 전환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인도를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술 혁신의 한계, 그 이후
다음 10년은 기술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가 된다. 일부에서는 기존 기술이 한계에 다다르고 이를 대체할 신기술이 마련되지 않을 수도 있다. 2008년~2010년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기술개발을 위한 자본투자뿐만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려는 욕구와도 이축시켰다. 사용 가능한 자본은 위험성이 낮은 사업이나 좀더 안정된 기술에 투자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주요 기술혁신은 2020년대나 되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기술의 혁신은 전쟁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지하드 전쟁은 무인정찰기와 공격용 항공기, 데이터베이스 기술 등의 개발을 자극했지만, 2차세계대전(레이더, 제트엔진, 핵무기)과 냉전(컴퓨터, 인터넷, 광섬유, 첨단재료) 당시처럼 엄청난 변혁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가벼운 보병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의 기술혁신도 포화상태에 다다라 지난 10년을 돌아볼 때 진정한 의미의 기술적 혁신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획기적인 발전 대신 소셜네트워킹 같은 새로운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존 능력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아이패드가 보여주듯이 이러한 노력들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재배치하는 것이다. 1980년대 경제를 변화시켰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그 동안의 성취를 고수하는 비교적 얌전한 기업이 되었다. 애플은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을 좀더 효율화하는 새로운 기기들을 만들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인터넷상에서 광고를 팔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실행중이다.
그렇다고 디지털기술의 세계가 죽어가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컴퓨팅 다음으로 로봇공학의 사례처럼 적극성을 가지고 데이터를 사용하여 현실을 조작하고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방부는 군용로봇을 오랫동안 개발해왔으며 일본과 한국도 로봇의 민간부문 활용에 발전을 보이고 있지만, 이 기술이 2020년까지 준비되려면 아직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디지털 기계들과 로봇공학에 의존하는 것은 또 하나의 큰 문제를 야기한다. 바로 이 기계들을 작동시킬 전력공급과 에너지 문제 때문이다. 기후변화나 공해문제를 넘어 에너지 그 자체의 공급부족은 심각한 문제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데는 족히 10년은 걸린다. 풍력 및 수력, 태양광발전은 전체 소비에서 아주 작은 부분밖에 책임지지 못한다. 전세계 석유 생산량은 정점을 지나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석유생산이 심해나 셰일(shale) 등 점점 어렵고 고비용이 드는 위치로 옮겨가고 있다. 석탄과 천연가스도 새로운 공법들이 개발되어 채굴되고 있으며 다음 10년동안 어쩔 수 없이 써야 하고 비싸질 것이다. 에너지문제의 해결을 위해 신기술로서 우주기반태양력이 실행단계에 들어갈 것이다. 미쓰비시 사는 이미 우주기반태양력에 약 2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유럽의 환경자문위원회(EAB)도 투자를 결정했으며, 캘리포니아의 퍼시픽가스앤드일랙트릭 사는 2016년까지 우주기반태양력을 구입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세계유일의 강대국이 된 첫 10년 동안, 세계는 상대적으로 평온했다. 별 불만 없이 미국의 리더쉽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에서 미국은 굳이 전략을 갖출 필요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뒤 발생한 9·11테러로 인해 그런 환상은 산산 조각났다. 세계는 상상보다 위험했다. 여기에 미국은 새로운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오직 테러리즘을 봉쇄하기 위한 정치 군사적 전략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부시와 오바마 정권은 지난 20세기 동안 유용했던 장기적인 시야를 상실하고, 임시방편적인 모험으로 엇나가고 있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 그 힘을 투사하기 위해 능력을 과도하게 증대시켰고, 미국은 소수의 패권세력이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다음 10년을 위해 미국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균형 잡힌 세계 전략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로마제국과 대영제국 등의 구세대 제국주의자들은 주력부대를 동원해 세계를 지배하지 않았다. 대신 여러 국가들이 서로를 견제하도록 상황을 조성한 뒤, 어떤 국가가 저항을 선동할 경우 주변의 다른 국가들을 통해 그 국가를 상대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힘의 균형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소련이 서유럽과 중동,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지배 못하도록 저지했다. 미국의 분열과 조작전략은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수많은 곳에서 이성적이고 교활하게 진행되었다.
2001년 9월 11일 이후 미국은 테러리즘 문제에 집착하기 시작하여 심각한 방향감각의 혼란을 일으켰고, 알카에다의 공격에 대응하여 이슬람세계와 충돌하였으며,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했다. 미국은 테러리스트를 파멸시키고 테러리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증명했지만, 테러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실패했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 10년 동안 미국은 이런 시도 때문에 발생한 고갈과 혼란으로부터 회복하는 작업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서론 : 21세기의 판도는 다음 10년에 달려 있다
요약이 길었다. 이 책은 미국이 세계의 제국이며 경찰국가임을 공언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전략과 미래에 대한 예측 및 대처할 청사진을 그려 놓은 것이다. 미국 국무부의 10년 백서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많은 내용 중 현재 전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중동 화약고와 테러리즘에 관한 것에 좀 많이 할애하였고, 현재 세계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유럽의 상황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 일본 그리고 미래의 대국 인도를 중심으로 요약해 보았다. 기타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부분은 생략하였다. 지정학적, 경제적 요소 외에 다음 10년 간의 기술혁신에 대한 부분도 중요해 보였다.
이 책이 미국에서 발간된 것은 2011년 1월 말이다. 그 후 지금까지 10개월 동안에도 세상은 많이 변했다. 튀니지부터 시작한 재스민 혁명은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을 실각시켰고, 리비아의 40년 독재를 무너뜨리고 카다피의 최후를 보게 되었다. 5월에는 9.11의 주역이며 알카에다의 1인자 오사마빈라덴이 사살되었다. 오바마는 금년 5월 이스라엘에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음을 제안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라는 압박이었지만, 이미 미국의 원조나 협력 없이도 자립할 수 있게 된 이스라엘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는 프리드먼의 예측을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 책보다 일주일 전 발간된 뉴욕대학교 대니얼 앨트먼 교수의 “10년 후 미래(Outrageous Fortunes)”는 앞으로의 10년을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조명을 하였는데 그도 중국과 유럽의 미래를 프리드먼과 비슷하게 점치고 있다. 앨트먼도 중국의 패권이 그리 오래가지 않아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앙집권적 정부체계로 인한 경직성과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가 곧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세계경제사에서 중국의 시대는 강력하지만 짧게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유럽은 화폐통합으로 인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유럽 연합은 그 동안 정치적 안정과 거대한 내수시장, 그리고 동유럽 국가들의 참여로 인해 훌륭한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왔다. 공용화폐인 유로는 세계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그리고 중요한 투자들에게 달러를 대체하는 투자 대상이 됐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회원국들 사이의 서로 다른 경제성장의 한계 때문에 곳곳에서 붕괴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앨트먼은 유럽연합은 앞으로 더 이상 경제공동체로서 존속하기 어렵고 결국 불가피하게 다시 분열할 것이라고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