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ng
하무리
현대화에 따른 인간문화의 상실
Soojung Lee (이수정) -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저, 양희승 역, 중앙북스, 2007)를 읽고

작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는 언어학자이며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이다. 스웨덴과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을 오가며 연구 활동을 하고 있고,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 SEC와 라다크프로젝트의 설립자이자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노벨상에 버금가는 권의를 가진 Right Livelihood Award의 수상자로 성정되었 으며, 이 책은 50여 개 국가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민간운동기구 관계자들 사이에 주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산업화는 급속한 속도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요즘 흔히 말하는 선진국, 후진국(개발도상국)도 산업화를 받아들인 시기에 따라 구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21세기 에 막 들어선 현재, 사람들은 ‘변화’라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고, 매 순간마다 그것을 생활 속에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과거에 비해 우리들의 삶을 무조건 빠르고, 편리하게 해주는 현대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친 영향을 긍정적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물론 효율성에 관련된 면에서만 바라보면 세상은 매우 유익한 방향으로 발전하였고,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 우리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요소들은 부정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책이 [오래된 미래]이다. 이 책은, 스웨덴 출신의 작가가 인도의 통치 지역인 잠무와 카슈미르 부근에 있는 라다크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쓴 수필이다.
책 줄거리
Prologue
라다크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 히말라야산맥 근처에 위치한 작은 자치국이다. 이 지역은 요즘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일 뿐만 아니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한 마디로, 세계 속에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립은 누군가에 의해 동떨어졌다는 뜻의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대사회와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라다크는 이와 같은 모습으로 그들만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갔다. 많은 사람들처럼 나 또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라다크라는 지역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라다크인들의 삶을 묘사한 부분을 읽어나갈 때, 이러한 삶이 이토록 최근까지도 유지되었었는지 놀란 순간이 많았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배웠던 원시시대의 생활 모습과 너무나도 유사하게 보였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이렇게도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선 개발되기 전 라다크의 모습은 삶의 기본적인 요소들만 고려해볼 때도 현대사회와 다른 점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경제생활방식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1,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또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외부에서 구매하여 얻는 상품소비생활을 한다. 반면에 라다크 사람들은 삶의 높은 비율을 자연에 의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농업, 목축업을 하며 모든 것을 직접 생산하였기 때문이다. 이 말고도 라다크 전통사회의 모습은 여러 방면에서 우리 사회와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한 가지 예로 '의술'을 들겠다.

라다크의 의술
라다크에서는 의사를 '암치'라고 부른다. 암치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의 공동체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주로 불교의 교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의술 체계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들의 진단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맥박을 재는 일인데, 이들은 맥박의 의미를 '동맥의 물리적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신체의 각 기관과 교류하는 에너지의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환자를 수술하는 일도 없다고 한다. 암치 말고도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들이 더 있는데 그 하나는 샤먼이고, 다른 하나는 점성가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암치를 제일 먼저 찾지만 불임 같은 문제가 있을 때에는 샤먼이나 점성가를 찾기도 한다. 점성가들은 치료를 할 때에 별자리를 기록한 책에 근거하여 질병을 진단하는데, 간혹 주사위를 던져 점을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학기술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라다크에서 나는 과연 산다는 것이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들은 물질적으로 넉넉하지도 않고, 먹을거리도 항상 그 주에 먹을 만큼만 집에 저장해두는 등 언뜻 보기에는 매우 힘들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쓴이가 라다크 사람들과 한 대화와 들은 것을 읽어보니 나의 예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뿌리 깊게 내리고 있는 생각은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되고, 그 사람들에게는 싸움이라는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사는 것이니 언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할 뿐이었다. 그래도 그들 간의 갈등을 피할 수 있도록 존재하는 하나의 장치가 '자발적 중재자'였다. 양자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의견 차이가 생기면 제3자가 거기서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라다크 사회에서의 문제의 발생은 최초의 단계에서부터 방지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라다크의 변화
이렇게 체계적이지만 자유롭게 잘 유지되고 있던 라다크가 크나 큰 변화를 접하게 된 것은 1974년부터 인도 정부가 그 지역을 관광지역으로 개방하고 나서부터였다. 한 마디로 '개발'이 받아들여지고, 시작된 것이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라다크에서의 개발 역시 서구식의 개발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주로 도로나 에너지 생산시설 등 이른바 '인프라 구조'의 건설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부터 현대화된 세계의 영향으로 인해 라다크의 최근 몇 년간의 인구증가율은 인도까지 앞지르고 있다. 이렇게 해서 관광산업은 물질문화에 광범위하고 불안한 모습의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이 라다크 사람들의 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서양인들이 관광객들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라다크 사람들 가운데 특히 젊은이들 중에는 자신들의 고유문화에 대한 열등의식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문화 사대주의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고유문화를 전적으로 거부하는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양, 염소 등의 가죽과 가축의 털을 뽑아내어 옷을 만들던 라다크 사람들이 청바지를 입는 이유는 그것이 편안해서가 아니라 현대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또 외부 관광객들로 인해 새로 들어온 것이 화폐경제였다. 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용역이 등장했고, 결국 인간관계가 바뀌어버려서 돈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생긴 틈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경제구조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간격을 점점 더 새로운 경제구조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간격을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어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악화되고 있다.
처음에 라다크 사람들은 현대인의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면서 조금 더 일을 빨리 끝내고 여유로운 생활을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 정말로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보니 그들은 예전보다 더욱 더 바빠졌다고 했다. 즉, 현대경제체제와 생활방식이 그들의 시간을 상품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공동체로 분리되었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서로에게 늘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과거와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라다크 조차 삭막한 현대생활에 길들여져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들이 새로운 생활방식에 기대했던 '여유'야 말로 라다크 전통사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현대사회에서는 물질적인 여유는 얻을 수 있지만, 생활 속에서의 풍요로움이나 정서적인 여유는 상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래된 미래'를 읽음으로 인해 아무런 생각 없이 기계적인 도시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한번쯤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 삶이 행복해졌는지, 지금 보다는 경쟁과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없을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며.